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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용후기

제목

담적 탈출

작성자
심호선
작성일
2022.09.25
첨부파일0
추천수
8
조회수
478
내용
처음 이 곳에 방문했던 때가 생각납니다. 방배동 4번출구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면 보였던 텅 빈 공간과 여러 개의 방 문, 그 중 하나에 걸려있던 신기한 손 푯말. 그 문을 열자 원장님이 보였습니다.
방의 내부는 부산하지 않게 정리되어 있었으나 오래된 건물에 걸맞게 낡은 느낌이 들었습니다. 넓이는 8평 남짓할까요. 그 안에 가구가 오밀 조밀하게 놓여있었습니다. 정면에는 바로 창문이 보였고, 문 옆은 컴퓨터와 카드리더기, 맞은 편의 붉은 전자레인지와 손님 맞이용 검은 소파도 기억납니다. 하얀색으로 창백하고 좁고, 또 낡은 장소였지만 그게 마치 오래된 병원 같아 친근감이 드는 장소였습니다. 이 후 방배동에서 사당동으로 새롭게 위치를 바꾸었고 저는 지금까지 30번 정도 관리를 받았습니다.

관리는 2시간 정도 진행됩니다. 준비된 침대에 누워 있으면 원장님이 배를 중심으로 온 몸을 풀어주십니다. 부드럽게 마사지를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. 처음에 관리를 받고 나면 한 번 만에 좋아졌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 달라진 느낌을 받지 못 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. 그렇기에 단숨에 낫겠다는 마음으로 오셨다가는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. 몇 번으로 다 나은 사람도 있었지만 적어도 저는 점진적으로 천천히 나아졌습니다. 소화 때문에 이곳에 왔지만 이제 대부분의 것들은 무리 없이 소화 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. 다만 담적이 온 몸에 얽혀있어 지금은 그것을 풀어내고 있습니다.

여기서 받은 가장 소중한 것은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. 나을 수 있다는 희망. 다시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희망. 담적을 앓기 시작하고 낫기 위한 수많은 노력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잃어갔던 자신감과 나을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우울해 하던 저에게 그 희망이 무엇보다 필요했습니다. 처음 관리를 받고 원장님에게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. 그 말을 계속 듣고 싶었습니다. 제가 이 곳에서 받은 것은 단순한 관리가 아닌 희망이었던 것입니다.

희망은 좋은 거에요. 아마 최고로 좋은 걸 거에요. 그리고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.
-쇼생크 탈출-

이 곳에 올 수 있었어서 다행입니다. 저는 저에게 희망을 주신 원장님에게 감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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